눈물의 에이스 이형종

눈물의 에이스 이형종은 타자로 올 시즌 대성공을 거두면서 성공의 시나리오를 써나가고 있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해서 안익훈을 대신해 LG트윈스의 1번 타자로 나서면서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팀내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은 현재 3할 8푼 9리로 규정타석을 채운다면 리그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형종은 서울고 시절 어느 누구보다 촉망받던 투수였다. 잘생긴 외모에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지는 초고교급 투수였다. 2007년 대통령배 고교대회 때는 광주일고와 결승에서 9회 역전을 허용하자 눈물을 뿌리고 투구해 눈물의 에이스란 이름이 붙었다. 이듬해 1차 지명으로 4억3000만원을 받고 LG에 입단했다. 그런데 입단 직후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갔고, 길고 긴 재활 끝에 2010년 복귀해 첫 등판이었던 5월 16일 롯데전에서 5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데뷔 첫승리를 따내며 화려하게 그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하지만, 두번째 등판인 5월 23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4.2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고, 경기를 마친 뒤 또 팔꿈치 통증이 재발했다. 투수로선 치명적인 두 번째 팔꿈치 부상으로 완전히 날개가 꺾인 셈이다. 그 사이 힘들고 아픈 마음에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박종훈 감독을 향해 날선 말을 해 큰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팀을 무단이탈해 임의탈퇴 처리됐다. 20대 초반에 선수 생명이 끝난 것이다.


이후 이형종은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골프선수로의 전향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세미프로 문턱에서 좌절됐다. 세미프로 퀄리파잉스쿨에 나가 78타를 쳐 커트라인인 77타에 1타 차로 떨어졌다. 야구 빼고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그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택했던 스포츠였지만 또 낙담하게 되자,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1년 동안 편의점과 호프집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근근이 생활했다. 이때 김병곤 전 LG 트레이너가 이형종의 마음을 다독였다. “네가 있어야 할 곳은 그라운드”라고 했다. 그도 “골프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야구 밖에 없더라. 야구가 내 직업인데 천직을 놔두고 지금 뭘하고 있지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이형종은 김 트레이너와 몸을 착실히 만들었다. 달라진 마음가짐과 노력을 안 LG도 2013년 임의탈퇴 신분을 해제해 그에게 기회를 줬다. 그리고 이형종은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2014년 시즌이 끝나고 타자로 전향하기로 했다. 이후 2군에서 2015년 39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 5리, 13타점, 14득점, 5도루를 기록했다. 당시 가능성을 확인한 양상문 감독은 이형종을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형종은 스프링캠프에서 팀 내 청백전의 두경기에서 첫경기에서는 결승타 포함 2안타를, 두 번째 경기에서는 3안타를 쳤다. 시범경기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줘서 양 감독은 개막 1주일 만에 그를 1군 엔트리에 넣었고, 4월 10일 문학 SK전에서 타자로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첫 안타도 신고했다. 12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와의 홈경기에선 결승타를 기록하며 팀의 12대 11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수훈선수상을 받은 그에게 팬들은 “울지마”를 연호했다. 

2016년 포스트시즌에도 출장하기도 했던 그는 2017년 4월 리그를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5월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주전을 꿰차지는 못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리그에서 100안타를 기록하면서 타격으로 성공가능성을 알렸다.

류중일 감독이 팀을 맡게된 올해도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주전 중견수를 예약했으나 무릎부상을 당하며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부상회복과 동시에 1군에 올라와서 놀라운 활약을 지속하고 있다. 초구의 사나이로도 불리며 현재까지 61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팀의 리드오프로써의 역할을 130%이상 해내고 있다. 박용택까지 최근 살아나서 상대팀은 1~5번타자까지는 피해갈만한 타자가 전혀 없다. 그가 팀에 행운을 가져다 줬다. 그가 1군에 나온 경기부터 바로 8연승을 하기도 했고, 이후에도 4연승, 5연승, 7연승 등을 해냈다. 현재 리그 4위에 안착한 LG트윈스는 유월엔 2위까지 치고 나가리라고 본다. 그 중심에서 아니 맨 앞에서 공격의 신호탄을 터트리는 선수가 바로 이형종이다. 그를 보면 바로 이것이 신바람 야구구나란 걸 느낀다. 2018년엔 팬들에게 우승이라는 선물도 만들어내 주리라고 기대한다. 최근의 모습이라면 못 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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