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사인 훔치기 논란 이슈

LG가 사상 초유의 사인 훔치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한 타 구단의 반응은 '사인 훔치기는 아니다. 다만 정보 공유의 방법이 미숙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례가 없던 일이어서 KBO도 황급하게 경위 파악을 하고 있다. 향후 처벌 수위 및 근거, LG의 향후 행보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LG는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시즌 5차전에서 3-4로 패했다. 문제는 경기 후 발생했다. 상대 투수의 구종을 파악할 수 있는 사인을 A4 용지에 인쇄해 선수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놨다. 여기에는 'KIA 구종별 사인'이라는 제목 아래 우타자 기준 몸쪽과 바깥쪽을 포함해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포크볼 포함) 등에 관한 사인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포수가 투수에게 내는 손가락 사인의 종류로 보인다. 또는 주자가 있을 때 투수들이 포수에게 내는 사인일 가능성도 있다. 백한 반칙처럼 보이지만 리그 규정을 위반한 행위인지는 찬반이 갈릴 수 있다. 사인 훔치기와 관련해 의심되는 사례는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 해당 내용을 선수단 전체가 볼 수 있는 곳에 인쇄물로 적나라하게 써서 붙인 사례가 적발되기는 처음이다. 경기 중 실시간으로 사인을 훔쳐 타자에게 전달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LG가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론해 만든 자료를 공유한 것인지에 따라 문제는 달라진다. 
 
이에 대한 타 구단 관계자들은 '사인 훔치기'로 문제될 사항은 아닌 것으로 봤다. 다만, 팀별로 전력분석 미팅에서 공유하는 정보들을 외부에다 붙여 놓은 것이 미숙했다는 의견이 많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야구라는 것이 원래 상대 사인을 훔치고, 안 뺏기고 하는 거다. 야구의 일부분이다."고 말했다. 주루 코치, 작전 코치가 상대방 사인을 캐치하기 위해 상대 벤치, 배터리를 유심히 지켜본다. 이 관계자는 주자들이 누상에서 도루 타이밍을 잡을 때 참고하라고 전력분석팀에서 공지한 내용으로 짐작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전력분석팀에서 선수들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경우다. 상대 포수의 사인을 추정해서 공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보통 주자들은 투수의 변화구 타이밍에 뛰려고 한다. 포수의 사인 또는 투수가 역으로 포수에게 사인을 내는 것을 참고하라는 것이다. 100% 확정할 수는 없지만, LG 전력분석팀에서 직전 경기를 보면서 파악한 내용으로 짐작된다. 한 관계자는 "나쁘게 볼 사안은 아니다. 더그아웃 안에 붙여 놓은 것도 아니다. 다만 굳이 프린트까지 해서 외부인들도 다니는 통로 벽에 붙여놨는지는 약간 오버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라커룸 안에 붙여놨더라면 괜찮은 것일까? 중요한 것은 1)경기 전이냐, 경기 도중이냐, 2)덕아웃 안이냐, 바깥이냐를 따져야 한다. 경기 도중 덕아웃 안에서 전자 기기를 사용하면 안 되고, 전력분석팀의 종이 쪽지도 받아서는 안 된다. KBO리그 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조항이 있다. 1.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 2. 경기 시작 후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무전기, 휴대전화, 노트북, 전자기기 등 정보기기의 사용을 금지한다.(벤치 외 외부 수신호 전달 금지, 경기 중 외부로부터 페이터 등 기타 정보 전달 금지)라고 명시돼 있다. 즉,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 사인을 훔쳐 타자에게 알려주는 행위가 반칙이라는 것이다.LG는 경기 전에 더그아웃 바깥에 붙여 놨다. 원정이라 따로 전력분석 미팅을 할 시간이 마땅치 않아서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붙여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팅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과 같다. 상대 투수들의 투구 분석표를 붙여 놓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LG 구단은 해당 문서에 대해 "전력분석에서 주자가 도루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변화구 타이밍에 뛰면 세이프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알고 있으면 크게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특정 투수에 대해서 견제할 때의 습관과 투구할 때의 습관까지도 분석이 들어간다. 타자에게 알려주지만 않았다면 정보전의 연장선인 셈이다.

LG가 이를 타자에게 결코 전달한 적이 없다고 적극 소명한다면 처벌 근거는 힘을 잃는다. 제 26조 4항에는 '상기사항을 위반하였을 경우 해당 당사자는 즉시 경기장 밖으로 퇴장당하며 필요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처벌 대상은 사인을 전달한 사람인 것이다. 일단 KBO는 19일 LG로부터 경위서를 받아 면밀하게 검토 후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타자에게 사인을 알려준 정황까지 포착된다면 LG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인다. 규정을 피해갈 수 있다고 해도 도덕적인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LG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 시인하며 "향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19일 오전 중으로 LG의 공식 사과 및 입장 표명이 있을 예정이다. 리그 품위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한 LG는 야구팬들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고 KBO의 처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KIA와의 2연전을 모두 패하면서 연승뒤 연패를 했다. 게다가 18일 경기가 끝나고나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 LG는 오늘 중에 공식 사과와 입장 표명을 할 계획이지만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셈이다. 경기중 상대팀을 분석하고 사인훔치기도 경기의 한 부분이라고 하지만 내용을 프린트해서 일반인들도 볼 수 있는 곳에 붙혀 뒀다는 점에서는 누가봐도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다. 당당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를 바란다. 20년이 넘는 LG팬으로서도 상당한 실망감도 느낀다. 경기에 지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경기를 이기기위해서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이기는 LG의 신바람 나는 야구를 했으면 한다. 90년대의 신바람나게 했던 그 플레이를 모르는 젊은팬들에게도 그 모습을 꼭 재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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