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스는 승리할 수 없었다.

두산과의 시즌 첫 경기에서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다. 역전패를 당한 것보다 역전할 수 있었던 많은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는 승리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LG가 어제 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LG는 소사를 선발로 두산은 유희관을 선발로 내세워 잠실경기장에서 만났다. 소사는 1회 3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세를 올렸고 유희관도 괜찮은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2회말 두산 선두타자 김재환을 1루수 양석환의 실책으로 출루시키며 소사의 힘을 뺐던 것일까? 소사는 1회와는 다르게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실책으로 출루한 주자라서 자책점으로 기록되진 않았다. 소사는 이후 7회까지 실점없이 마운드에서 버텨냈다. 하지만 소득없이 마운드를 내려와야만 했다. 두산의 유희관도 1실점으로 6.2이닝을 책임지며 선발의 역할을 소화해냈다. 




LG의 가르시아는 주말의 타격감을 이어가며 첫 타석에서 초구 안타를 기록하고 두번째 타석에서는 첫 홈런을 생산하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LG는 3일 경기에서 유독 찬스에서 터지지 않고 많은 잔루를 남겼다. 1회부터 그랬다. 박용택과 가르시아가 연속안타로 출루했지만 채은성이 침묵하며 공격을 마무리했다. 8회 2-2 상황에서 정광판에 나타난 안타수 15:8의 상황은 LG가 얼마나 많은 잔루를 남겼으며 찬스를 살리지 못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몇 경기에서도 찬스를 살리지 못하거나 만루상황에서 득점없이 보내버리는 경기가 있었다. 하지만 어제 경기는 그 정도가 극에 달했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LG는 8회부터 10회까지 매회 만루찬스를 맞았지만 후속타자들은 그 기회들을 살리지 못했다. 이러고도 경기를 이겼다면 오히려 아이러니한 상황일게다.

8회 박용택과 채은성이 안타로 출루하고 대타 이천웅이 안타를 쳐내며 동점을 만들었고 상대투수 홍삼삼의 폭투로 주자가 2,3루가 되자 두산은 오지환을 고의사구로 걸렀다. 이렇게 1사 만루의 찬스를 맞았다. 희생플라이 하나만으로 쉽게 득점을 올릴 수 있었으나 이어서 타자로 나선 정상호와 김용의는 두산의 신예 곽빈의 변화구에 모두 삼진으로 허탈하게 물러나고 말았다. 경기를 보는 나도 그들의 무기력한 스윙에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8회말 수비에서 구원등판한 진해수가 오재일에게 투런홈런을 맞으며 사실 경기를 내줬다고 여겼다. 하지만 LG에는 김현수가 있었다. 9회초 안익훈이 안타로 출루하고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보란듯이 큼지막한 홈런을 날리며 다시 동점상황을 만들어냈다. 분위기가 LG로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박용택이 안타로 출루해서 2루 도루에 실패했지만 이천웅의 안타와 사구 등으로 2사 만루의 찬스를 다시 잡았다. 타석에는 정상호가 들어섰다. 정상호는 8회와 9회 연속으로 만루상황에 타석에 서게 됐지만 9회에도 플라이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 들었고 10회를 맞이한 LG는 또다시 찬스를 잡았다. 상대투수의 폭투로 2사 주자 2,3루에서 가르시아가 해결을 해주지 못한 아쉬움도 들었지만 볼넷으로 출루하며 만루의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윤진호는 삼진으로 기회를 날려버렸다. 

3번의 만루 찬스를 살리지 못한 LG는 11회초에도 주자를 2루까지는 보냈지만 홈으로 불러들이지는 못했다. 해설자의 LG의 잔루가 18개라는 말과 그렇게 많은 잔루를 기록해서 타석에 7번씩이나 선다는 말은 LG의 어제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해준 셈이다. 결국 11회말 두산의 최주환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타선의 집중력이 조금만 살아났으면 어땠을까? 어제는 5시간에 이르는 긴 시간동안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패배였다. 선수들은 11회까지 장시간 경기를 치르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엄청난 소모를 했다. 그럼에도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어제 경기로 인해 두 팀 모두 후유증이 있겠지만 LG가 더 큰 후유증이 우려된다. 주말의 좋았던 기운도 한풀 꺽여버렸다. 오늘 등판하는 임찬규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의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기 위해서는 타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안타를 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간 주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어야 한다. 어제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시즌 전망은 어두워질 뿐이다. 선수들 모두 분발하여 극복해내길 바란다.

"오늘은 정말 잘하고 싶어요."
경기전 LG의 김현수가 한 말이다. 그는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6회말 수비에선 오재일의 홈런성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서 점프로 걷어내며 추가실점을 막아냈다. 소사가 모자를 벗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이 장면을 보고 오늘 경기는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라고 하지 않는가. 게다가 8회 오재일에게 홈런을 얻어맞고 패배위기에 몰린 9회엔 극적인 동점홈런으로 팀을 구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가 이 정도 해줬다면 어떻게해서라도 승리를 만들어냈어야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김현수는 약속을 지켰다. 다른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지만 역시 득점찬스에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은 모두가 반성해야만 한다.

김현수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모든 선수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다. 그 마음들이 오늘 경기에서는 결과로 나타나 주길 희망한다. 조금더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면 결과는 따라와 줄 것이다. 그들이 잘하든 못하든 언제나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선수들은 팬들의 응원이 힘이 될테니까. LG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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